며칠 전 딸아이가 내 귀를 만지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엄마 귀 엄청 말랑말랑해졌는데?”
순간 나도 웃음이 났다. 예전의 나는 귀 만지는 걸 정말 싫어했기 때문이다. 한때는 귀를 살짝만 건드려도 너무 아팠다. 딸아이는 어디서 귀마사지가 좋다는 말을 들었는지 장난처럼 내 귀를 만지곤 했는데, 나는 아픈 걸 참으며 어떻게든 도망칠 기회만 노렸었다.
그런데 시간이 꽤 흘렀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가끔 생각날 때마다 귀를 주무르곤 했다. TV를 보다가도 살짝 만지고, 잠들기 전 귓불을 천천히 문질러보기도 했다. 처음엔 여전히 아팠지만 예전만큼은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딸아이가 또 장난처럼 내 귀를 만졌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는 별로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딸아이가 더 놀랐다.
“진짜 부드러워졌어!”
그 말을 듣는데 괜히 신기했다. 내 몸인데도 내가 모르는 사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는 큰 변화만 기대하며 살 때가 많다. 운동도 며칠 하고 바로 효과가 없으면 실망하고, 스트레칭도 며칠 하다 포기하고, 몸 관리도 금방 눈에 띄는 결과를 바라게 된다. 그런데 몸은 생각보다 조용히 변하는 것 같다. 매일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조금씩 움직이고, 가끔 한 번 더 풀어주고, 생각날 때 한 번 더 만져주는 작은 습관들이 시간을 만나면 어느 날 이렇게 예상 못한 변화를 만든다.
특히 50대가 되니 더 느낀다. 예전처럼 갑자기 몸이 좋아지는 일은 드물다. 대신 작은 습관들이 천천히 몸을 바꾼다. 계단 오르기,
걷기, 스트레칭, 가벼운 마사지, 잠깐의 움직임들.
당장은 별 차이가 없어 보여도 몸은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딸아이 손끝에서 발견된 내 귀의 변화처럼 말이다. 그날 이후 괜히 귀를 한 번 더 만져보게 된다.
아주 작은 습관도 시간 앞에서는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진다는 걸, 내 귀가 조용히 알려주었다.
오늘도 난 사부작사부작 움직일 준비를 하고있다.
'50대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이렌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0) | 2026.05.31 |
|---|---|
| 분해되지 않는 선풍기, 어떻게 청소해야 할까? (0) | 2026.05.29 |
| 지원금 이야기 속에서 본 삶의 태도 (0) | 2026.05.26 |
| 작은 산사에서 만난 고요한 하루 (0) | 2026.05.24 |
| 마지막 날에 겨우 들은 온라인 강의, 그런데 생각보다 더 큰 걸 배우게 됐다 (0) | 2026.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