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형부의 생신이 있어 가족들이 모인다.
우리 집은 아직도 음력 생일을 챙기다 보니 부처님 오신 날 연휴와 겹치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멀리 있는 가족들까지 한자리에 모일 수 있어 이 시기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른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공기가 참 맑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우리 가족은 특별한 종교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이맘때가 되면 절에 한 번쯤 가게 된다.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근처 절 한번 가볼까?' 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작년에는 하동에 갔었다.
유명한 쌍계사 대신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보다 조용한 작은 산사를 찾아 올라갔다. 산길은 좁았지만 절 가까이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도 괜찮았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말씀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나는 사실 불경도 잘 모르고 스님의 말씀을 다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괜히 그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한쪽에 가만히 서 있었다.
잠시 후 산사는 스님의 목소리와 목탁 소리로 가득 찼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까지 더해지니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평소라면 금방 지루해했을 아이들까지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고, 모두가 천천히 숨 쉬는 느낌이었다.
기도 시간이 끝났는지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사람들을 따라 법당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방석 위에서 절을 하는 사람들을 따라 어설프게 절도 해보고 소원도 빌었다. 어디를 향해 몇 번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지만 그 순간만큼은 꽤 진심이었다.
가족들의 건강.
별일 없는 하루.
무사한 일상.
생각해보면 결국 내가 바라는 건 그런 평범한 행복들이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니 식사를 기다리는 긴 줄이 보였다. 절에서 보살님들이 정성껏 준비해주신 음식이었다. 따뜻한 나물 반찬과 국, 소박한 음식들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 먹었던 절밥은 아직도 기억난다. 자극적이지 않은데도 깊은 맛이 있었고, 무엇보다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마 음식 맛만이 아니라 그날의 공기와 분위기까지 함께 기억에 남은 것 같다. 조용한 산사와 천천히 울리던 목탁 소리, 그리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던 따뜻한 한 끼까지.
그래서인지 올해도 작은 산사를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 꼭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복잡했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조용히 숨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만큼은 모두의 마음에도 잔잔한 평안이 머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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