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달라진 자신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올해의 첫날,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왜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은 왜 늘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걸까.

기록을 할 때는 대부분 그 의미를 잘 모른다.
그날의 생각,
스쳐 지나간 감정,
별것 아닌 하루의 조각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기록은 종종
지금 당장엔 쓸모없어 보인다.
눈에 띄는 변화도 없고,
당장 삶을 바꿔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그 기록 앞에서
잠시 멈추게 된다.
그때의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두려워했고
무엇을 바랐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다.
기록의 힘은
과거를 정확히 기억하게 해주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나란히 세워볼 수 있게 해주는 데 있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나는 생각보다 많이 변해왔고,
혹은
변하지 않은 채 지켜온 것이 무엇인지도.
그래서 기록은
시간이 지나서야 말을 걸어온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조용히 건넨다.
새해의 첫날,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계획보다
지금까지 써온 나의 기록을
조금 더 믿어보기로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그때그때의 나를
남겨온 시간들이
앞으로의 나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이끌어줄 거라 생각하면서.
아마도 기록은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라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나를 잃지 않게 붙잡아주는
가장 조용한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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