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화를 시킬 겸 동네를 한 바퀴 걸었다.
식당, 카페, 술집, 학원까지—
겉으로 보면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조건은 충분한 동네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연말의 주말이라는 느낌도,
연말이라 조금은 들떠야 할 공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가족 단위 손님들이 보이고 식당 앞에 잠시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오늘은 가게 안도, 가게 앞도 한산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장면은 따로 있었다.
정말 간혹, 딱 한두 군데만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동네 전체가 살아 있는 분위기는 아닌데 특정한 몇 곳만 유난히 붐볐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또렷한 대비였다.
요즘의 소비 풍경은 ‘많이 쓰느냐, 적게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쓰느냐로 갈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데나 가지 않는다.
대신 실패하지 않을 곳, 이미 알고 있는 곳,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곳만 선택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게는 조용하고 몇 군데만 선택받은 듯 붐빈다.
경기가 어렵다는 말은 뉴스보다 이런 골목에서 더 먼저 느껴진다.
말소리가 줄어든 거리, 웃음소리가 드문 식당가, 괜히 걷는 사람이 사라진 주말 밤.
어제의 산책은 걷기 운동이라기보다 요즘의 분위기를 천천히 확인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50대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우리는 왜 나에게 쓰는 글을 부끄러워할까? (1) | 2025.12.31 |
|---|---|
| 50대에 비로소 나를 돌아보게 된 순간 (4) | 2025.12.30 |
| 하이패스 카드에도 연회비가 있다고요? (2) | 2025.12.27 |
|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의 뱅쇼 (2) | 2025.12.26 |
| 조금만 더 가려다 놓치기 쉬운 것 (2) | 2025.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