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엔 나에게 쓰는 글인데도
막상 펜을 들면 괜히 망설여진다.
고작 몇 줄일 뿐인데
마치 누군가가 몰래 들여다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다이어리에 쓰는 글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평가받을 일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나에게 쓰는 글’을 그렇게 조심스러워할까.
아마 우리는 오래전부터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법보다
남의 시선을 기준으로 살아오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보다
어떻게 보일지가 더 중요했던 시간들.
그 습관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따라오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나에게 솔직해지는 일이
괜히 부끄럽게 느껴진다.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적는 것이
마치 약점을 드러내는 일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아무도 보지 않을 글인데도 말이다.

특히 우리는
‘잘 정리된 생각’,
‘괜찮은 말’,
‘그럴듯한 문장’에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
이유 없이 드는 감정,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생각을
글로 옮기는 데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나에게 쓰는 글은
잘 쓴 글일 필요가 없다.
논리적일 필요도,
의미가 분명할 필요도 없다.
그저 그날의 나를
있는 그대로 남겨두는 기록이면 충분하다.
오히려 그 부끄러움은
우리가 이제야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질문을
비로소 꺼내 들었기 때문에
어색하고, 낯설고, 조금은 민망한 것이다.
계속 쓰다 보면
그 감정도 조금씩 옅어진다.
나에게 솔직해지는 일이
특별한 용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습관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그때쯤 우리는 알게 된다.
나에게 쓰는 글이 부끄러웠던 이유는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너무 오래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글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앞으로의 나를
조금 덜 낯설게 만들어주는
조용한 안내서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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