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나는 5년 다이어리를 하나 샀다.
앞으로의 5년을 거창하게 기록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그저 나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붙잡아두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막상 받아보니 내가 산 다이어리는 일반적인 일기장이 아니었다.
하루를 정리하는 대신,
매일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형식이었다.
그 질문들 앞에 앉아 있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난 50년 동안
‘나’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구나!'
그동안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주어진 역할에 맞춰 살아왔던 것 같다.
처음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고작 몇 줄을 적는 일인데도 괜히 조심스러웠다.
누군가가 볼까 봐,
내 속마음을 들키는 것 같아
몰래 숨기듯 써 내려갔다.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내가 나에게 쓰는 글인데도
나는 늘 다른 사람의 시선을 먼저 의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 어색함도 서서히 사라졌다.
이제는 누군가를 의식하기보다
이 시간이 ‘나를 조금씩 찾아가는 시간’이라는 느낌이 더 크다.
하루의 질문 앞에 잠시 멈춰 서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 짧은 순간이
생각보다 꽤 만족스럽다.
앞으로 남은 4년.
이 다이어리 속 기록을 통해
내 생각이 어떻게 바뀌고,
내가 어떤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해 가는지
나 스스로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아
괜히 기대가 된다.
아마 이 5년 다이어리는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아주 솔직한 중간 보고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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