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일상

전화 한 통이 선물한 뜻밖의 하루

planb50s 2026. 6. 14. 06:30

어제는 전혀 계획에 없던 하루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갑자기 지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갑자기 나오지 못하게 됐다며 잠시 일을 도와줄 수 있겠냐는 연락이었습니다. 급한 상황인 것 같아 일단 준비를 하고 나섰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자세히 모르고 서둘러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하동섬진강문화재첩축제 기간에 송림공원에서 열리는 김경 사생대회 진행요원을 도와달라는 일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송림공원에는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아이들 옆에는 부모님들이 있었고, 선생님들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넓은 소나무 숲 아래에는 돗자리가 하나둘 펼쳐졌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앉았고, 눈앞의 풍경을 도화지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섬진강을 그리고 있었고, 어떤 아이는 소나무 숲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간식을 먹으며 쉬었다가 다시 그림을 그리고, 친구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또 집중하는 모습이 참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들의 집중력이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몇 시간이고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앞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햇볕이 비치는 여름날이었지만 아이들은 자신만의 그림 속 세상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대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보다 더 긴장해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바로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었습니다.
혹시 필요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고, 아이가 잘 그리고 있는지 멀리서 지켜보고, 결과 발표는 언제 하는지 궁금해하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어릴 적 운동회나 백일장, 사생대회가 있던 날이면 부모님들도 은근히 더 긴장하셨던 것 같습니다. 정작 참가한 아이는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그런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를 응원하는 마음은 세대가 바뀌어도 비슷한가 봅니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니 참 신기합니다. 아침에 걸려온 전화 한 통만 아니었다면 저는 이 풍경을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급한 부탁을 들어주러 간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제가 더 좋은 시간을 선물받은 셈이 되었습니다. 살다 보면 계획했던 일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더 좋은 추억으로 남을 때가 있습니다. 어제가 딱 그런 하루였습니다.
하동에서의 일정 중 첫날은 재첩 축제의 열기 속에서 웃고 즐기는 사람들을 만났고, 어제는 소나무 숲 아래에서 자신의 그림에 몰두하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하동의 모습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여러분도 계획에 없던 작은 행운 하나쯤 만나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