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일상

보기 싫던 잔머리가 어느 날 반가워진 이유

planb50s 2026. 6. 7. 06:30

생각없이 거울을 보는데 문득 뾰족한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같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잔머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마 근처에도, 정수리 주변에도 짧은 머리카락들이 삐죽삐죽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잔머리는 있었다. 오히려 그때가 더 많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절의 잔머리는 반갑지 않았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빠지는 머리카락이 많았고, 빗질을 할 때도 한 움큼씩 떨어지는 것 같았다. 단백질 섭취도 부족했고 빈혈도 심했던 시절이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머리숱이 줄어드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그때의 잔머리는 회복의 신호가 아니라 불안의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50대에 들어서면서 건강에 조금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먹는 음식도 돌아보고 단백질 섭취도 챙기고, 운동이라 부르기엔 부족할지 몰라도 걷기와 계단 오르기를 꾸준히 이어왔다. 특별한 비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몸에 좋은 습관을 하나씩 더해갔을 뿐이다. 그 결과인지 머리카락이 빠지는 양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머리카락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정리하기 귀찮고 보기 싫었을 잔머리들이 이제는 왠지 모르게 예뻐 보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은 잔머리 자체가 아니었다. 그 잔머리가 보여주는 변화였다.

'내 몸이 좋아지고 있구나.'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잔머리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 몸은 점점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예전보다 회복이 느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아질 수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잘 먹고,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나를 돌보면 몸은 생각보다 정직하게 반응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서, 혈액검사 결과에서, 계단을 오를 때의 숨소리에서 그 변화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작은 뿌듯함이 찾아온다.

 

오늘 아침 거울 속 잔머리들이 내게 그런 기분을 선물해 주었다. 보기 싫던 잔머리가 어느 날 반가워진 이유. 아마도 그 잔머리들은 단순한 머리카락이 아니라, 내가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