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일상

의사와 AI 사이에서

planb50s 2026. 2. 12. 06:30

“48시간 안에 병원에 가서 수술해야 합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환자의 첫 반응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였다고 한다.
그 말을 한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AI였기 때문이다.

 

최근 기사에서 소개된 이 AI는 뇌 MRI 영상을 분석해 질병 여부와 긴급도를 판단했고, 그 정확도는 97.5%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AI의 판단은 맞았고,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MRI 판독은 ‘의사의 실력’이라고 믿어왔는데

그동안 MRI 판독은

  • 경험 많은 의사일수록 잘하고
  • 같은 영상도 의사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아주 ‘사람 의존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AI가 이 영역까지 들어왔다는 사실이.

 

처음엔 반감이 들 수도 있다.
“기계가 사람 몸을 어떻게 판단해?”
“결국 책임은 누가 지는데?”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변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지방에서 아프면, 서울로 가고 싶어지는 이유

지방에 살다 보면 조금만 걱정되는 증상이 생겨도 '서울 대형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그건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의료 인프라에 대한 불안에 가깝다.

  • 전문의 수가 부족하고
  • 진료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 혹시 놓치는 건 아닐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때 AI가
“지금은 긴급하지 않다”
“이 증상은 48시간 안에 조치가 필요하다” 와 같은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해준다면 어떨까.

환자는 불안만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의사 역시 방어적인 과잉진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인구 감소 시대, 이 변화는 필연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사람 의사를 더 신뢰한다.
설명해주는 목소리, 맥락을 읽는 눈, 책임을 지는 존재로서의 사람.

하지만 동시에 확신하는 것도 있다.

 

AI 의사 시대는 머지않아 온다.

인구는 줄고, 의료 인력은 부족해지고, 고령 환자는 계속 늘어나는 시대에 모든 판단을 사람에게만 맡기는 건
이미 지속 가능하지 않다.

AI 의료는 사람을 밀어내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를 버티기 위한 기술일지도 모른다.

 

기대해도 괜찮은 변화

AI가 의료에 들어오는 게 조금은 두렵기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기대가 된다.

  • 지역 격차가 줄어들고
  • 불필요한 서울행이 줄어들고
  • 환자가 자기 상태를 이해한 뒤 병원과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사회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보다는 덜 불안한 방향이라면 그 변화는 환영할 만하지 않을까.

AI가 '48시간 내 수술'을 말해주는 시대.
그 말이 더 이상 뚱딴지같이 들리지 않는 날이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