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딸아이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며칠 전 넣어둔 밤에서 작은 애벌레들이 나왔던 것이다.
순간 그대로 냉장고 문을 닫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 표정을 보고 깜짝 놀란 나도 그 상황을 전해듣고는 손끝이 떨리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애벌레를 특히 무서워하는 우리 식구들...
‘이걸 내가 치울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몸이 굳었지만, 결국 누군가는 해야 했다.
한참을 소파에 앉아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시고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고무장갑을 끼고, 눈을 딱 감은 채로 비닐봉지를 준비해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정리했다.

끝내고 나서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 아직도 손끝이 떨렸지만 마음은 조금 가벼워져 있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니, 비로소 '해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사람은 의외로 강한가보다.
작은 일이라도 무섭고 불편한 일을 마주했을 때 피하지 않고 마무리하는 순간,
그 안에 ‘나도 모르는 용기’가 숨어 있다는 걸 느꼈다.
오늘 아침, 깨끗해진 냉장고를 다시 열며 스스로에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이제 다 끝났어. 잘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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