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살지만 의외로 바다를 자주 찾지는 않는다.
여름엔 사람들로 붐비고, 겨울엔 바람이 차가워서 발걸음이 쉽게 닿지 않는다.
그런데 어제는 문득 바다가 보고 싶었다.
추위가 깊어지기 전, 잠시 한적한 바다의 공기를 마시고 싶어 일광으로 향했다.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봤다.
잔잔한 물결과 수평선 위의 배들, 느릿한 오후의 공기.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였다.
커피를 마신 후 밖으로 나와 바닷바람을 맞는 순간, 시야 끝에 고리원자력발전소의 하얀 굴뚝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묘한 감정이 스쳤다.
이토록 고요한 바다의 풍경 속에, 거대한 위험의 상징이 함께 서 있다는 사실.

예전엔 이곳이 원전과 가깝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일광과 기장 해안에는 대형 카페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휴일이면 가족과 연인들로 북적인다.
‘위험’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사람들은 이제 그 존재에 익숙해져 버린 듯하다.
우리는 이제 ‘안전해서’ 이곳을 찾는 걸까? 아니면 ‘괜찮을 거라 믿고’ 살아가는 걸까?
원자력발전은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지만, 생활 속에서는 점점 그 논쟁이 희미해지고 있다.
편리함과 익숙함은 때로 의심보다 강하다.
바다의 잔잔함과 대비되게 내 마음은 그만큼 고요하지 않았다.
그 풍경 속엔 한 사회의 현실이 겹쳐 있었다.
우리가 안심하며 즐기는 바닷가 카페의 여유로움 뒤에, 얼마나 많은 ‘위험의 관리’가 존재하는지를 떠올리며
조용히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언젠가부터 위험조차 일상의 배경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익숙함이 안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잊지 않고 바라보는 일, 그것이 진짜 안전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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