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끝냈다.
하루의 마지막 일과를 마무리한 기분으로 음식 쓰레기를 들고 집을 나섰다.
밖에 나가보니 공기가 제법 시원했다.
'조금만 걸을까?'
괜히 집으로 바로 들어가기 아쉬운 그런 날이었다.
슬리퍼를 신고 나온 터라 멀리는 못 가고, 그냥 동네를 한 바퀴 슬쩍 돌고 들어오기로 했다.
그렇게 천천히 걷고 있는데 이웃을 만났다.
어둑한 저녁, 혼자였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길이었지만 둘이 되니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계단으로 올라가볼까?”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시작된 계단 오르기.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가니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중간층에서 이웃이 먼저 들어가고 나는 혼자 남아 마지막 4층까지 올라왔다.
그때였다.
이상하게도 전혀 아무 느낌 없던 다리가 그 순간부터 슬슬 아프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는 괜찮았는데. 오히려 혼자가 되자마자 몸이 반응하는 게 괜히 웃음이 났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살짝 올라온 체온, 조금 가빠진 숨.
짧고 가벼운 움직임이었지만 분명히 ‘운동’을 했다는 느낌이 남았다.
오늘 하루, 내 몸에게 조금은 덜 미안해도 되겠다는 생각.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슬리퍼를 신고 나간 짧은 외출에서도 이렇게 작은 변화는 시작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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