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일상

당연했던 전기의 고마움을 느낀 날

planb50s 2026. 4. 9. 06:30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공지가 붙어 있었다.
전기시설 점검으로 몇 시간 동안 정전이 될 예정이라는 안내였다.
낮 시간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잠깐 불편하겠지만 곧 지나가겠지 싶었다.

 

점검 당일, 예정된 시간보다 한참 늦게 정전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금방 복구될 거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기다렸다.

 

그런데 저녁이 되어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7시가 되도록 집 안은 여전히 캄캄했다.
어두워도 저녁은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주방으로 갔는데, 무슨 일인지 가스불도 켜지지 않았다.
전자레인지도, 오븐도, 가스불도 모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생각해 보니 요리를 위해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기들이 전기와 연결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할 수 없이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나서야 또 한 가지를 떠올렸다.

엘리베이터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달이 시작되었다는 안내를 확인하고 계단으로 1층까지 내려갔다.

 

가로등 불빛만 희미하게 비추는 단지 안에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하나둘 보였다.

가족 단위로 밖에 나가 식당을 찾는 사람들, 배달 음식을 받기 위해 1층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배달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기사님들의 모습까지.

예상치 못한 풍경이었다.

 

음식을 받아 다시 계단을 올라오는 길에 1층에 쌓여 있던 택배 더미도 눈에 들어왔다.
겸사겸사 상자 하나를 챙겨 들고 올라왔다.

 

식탁 위에는 가족들의 휴대폰 플래시와 작은 촛불을 켰다.
어쩐지 캠핑을 온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은근 분위기 있는데?”
누군가의 말에 모두 웃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평소보다 대화가 많아졌다.
밝은 조명 대신 촛불 아래에서 먹는 저녁은 생각보다 따뜻한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려고 보니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온수도 나오지 않았다.

 

그제야 전기가 멈추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함께 멈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 안에 불이 다시 들어왔다.
전등이 켜지는 순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해 왔던 전기가 우리 생활을 얼마나 편리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 하루였다.

잠깐의 불편함 덕분에 오히려 잊고 지냈던 고마움을 떠올리게 되었다.
때로는 이런 작은 경험이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