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일상

몸은 늘 피곤했는데, 잠을 막은 건 생각이었다

planb50s 2026. 2. 16. 06:30

불면증으로 오래 고생하던 지인이 있다.
밤이 되면 누워 있는 시간은 길어지는데, 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한 달쯤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돌 지난 손주를 돌보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고, 밤에는 눕기만 하면 바로 잠이 들었다고 했다.

누가 보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몸을 많이 쓰니까 잠이 오는 거 아니야?”

그런데 이 지인은 원래도 몸을 정말 많이 쓰는 사람이었다.
하루 종일 움직이고, 쉬지 않고, 늘 피곤하다고 말하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잠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하게 됐다.
이 사람의 불면은 육체적인 피로 부족이 아니라, 생각이 너무 많았던 상태였던 건 아닐까 하고.

몸은 쉬고 싶었는데, 생각은 쉬지 못했다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낮에는 어떻게든 하루를 버텨낸다.
그런데 밤에 눕는 순간, 그동안 미뤄뒀던 생각들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오늘 못한 말, 괜히 마음에 걸리는 장면, 내일 걱정,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

몸은 이미 지쳐 있는데, 머리만 깨어 있는 상태.
잠이 안 오는 이유는 체력이 아니라,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손주를 돌보던 시간은 왜 달랐을까

손주를 돌보는 한 달 동안은 달랐다.
생각할 틈이 거의 없었다.
아이가 울면 바로 반응해야 하고, 위험하지 않은지 계속 살펴야 하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엔 ‘내가 잘하고 있나’, ‘앞으로 어떻게 될까’ 같은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몸이 더 피곤해진 게 아니라, 생각이 잠시 쉬게 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밤이 되면, 뇌도 함께 꺼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필요한 건 ‘더 피곤해지기’가 아니다

이미 몸을 충분히 쓰는 사람에게 '더 걸어라, 더 움직여라'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필요한 건 이런 것일지 모른다.

  • 누우면 하루를 다시 평가하지 않기
  • 잠자리에 걱정을 데려가지 않기
  • 오늘의 생각은 침대 밖에 내려놓기

잠은 애써 잡으려 할수록 멀어지고, '자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더 도망간다.

불면은 종종 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잠을 방해하는 생각이 많아서 생긴다.

이미 한 번, 잘 잔 적이 있다면

이 지인은 이미 경험했다.
생각이 잠잠해지면, 잠은 애써 부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온다는 걸.

손주가 돌아가고 나서 다시 예전처럼 잠을 못 잘까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몸이 기억하고, 마음이 기억한다.
'이렇게 자본 적도 있었다'는 사실을.

그 기억 하나만으로도, 불면은 예전처럼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할 것이다.

몸은 늘 피곤했지만, 잠을 막고 있던 건 생각이었다.
그걸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이미 반은 벗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