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일상

QR 주문 앞에서 느낀 씁쓸함

planb50s 2026. 1. 29. 06:30

며칠 전, 언니들과 형부까지 함께 조용한 바닷가 식당에 모였다.
한적할 줄 알았던 곳이었지만 생각보다 손님이 꽤 있었다.

예약을 하고 갔음에도 자리가 미리 준비돼 있지 않아, 먼저 와 있던 손님을 다른 자리로 옮기고 나서야 우리가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직원이 오길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다 보니 테이블 위에 QR 코드가 놓여 있었다.

요즘 흔한 QR 주문 시스템이었다.

60대 언니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며 주문을 도왔다.

키오스크도 어렵다던 언니들인데, QR 주문은 더 낯설고 조심스러워 보였다.

 

사람이 많다 보니 메뉴를 이것저것 시켰고, 음식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찜이 거의 끝나갈 즈음 밥이 나오고, 누군가의 메뉴는 빠지고, 시키지 않은 음식이 나오기도 했다.

맛은 괜찮았지만 서비스는 계속 어긋났다.

 

결정적으로 마음이 상한 건 계산할 때였다.

QR로 계산서를 보니 우리가 들어오기 전, 예약 시간보다도 40분이나 먼저 들어간 주문이 포함돼 있었다.

확인해 달라고 했더니 우리가 처음 도착했을 때 앉아 있던 다른 손님의 주문이었다.

가게 측 실수였지만, 이미 나온 음식이라며 자연스럽게 계산에 포함됐다.

사과는 없었다.

 

상황을 알고 있던 내가 계산을 했지만, 만약 언니들이 직접 했더라면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그냥 계산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씁쓸했다.

언니들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괜히 알게 해서 기분만 상할 것 같아서였다.

 

이 경험이 불편했던 이유는 단순히 서비스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문제를 이야기했을 때 직원의 반응과 태도에서 느껴진 무심함 때문이었다.

이 가게는 ‘아는 사람은 따져야 하고, 모르는 사람은 그냥 넘어가게 되는 구조’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요즘은 “시스템이 이렇게 돼 있어서요”라는 말로 많은 것이 정리된다.

하지만 그 시스템을 모두가 이해하고 선택한 것은 아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불편과 책임이 고스란히 전가되는 장면을 볼 때면 마음 한쪽이 계속 불편해진다.

 

이날의 바닷가 식당은 맛보다도 그런 생각을 남겼다.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는 설명 없이 넘어가고 누군가는 대신 감당해야 하는 상황.
그 경계에 서 있었던 날이라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