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다이어리를 쓰다 보니 ‘슬프고 외로울 때 목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만났다.
작년에도 이 질문이 있었고, 올해도 다시 나왔다.
신기하게도 생각할 틈도 없이 같은 대답이 떠올랐다.
딸아이의 밝은 목소리.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또 하나의 질문이 나를 멈추게 했다.
‘기쁠 때 꼭 끌어안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번에도 대답은 같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슬플 때 찾는 사람과 기쁠 때 떠올리는 사람이 같다는 건
그 사람은 감정을 나누는 대상이 아니라 내 감정이 머무는 자리라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보통 힘들 때는 이해해줄 사람을 떠올리고, 기쁠 때는 함께 웃어줄 사람을 떠올린다.
그래서 이 두 질문의 답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 대답은 늘 같았다.
딸아이의 밝은 목소리는 나에게 조언을 주는 소리도 아니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말도 아니다.
그저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고 괜히 강한 척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안전한 소리다.
슬픔을 숨기지 않아도 되고 기쁨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관계.
생각해보면 그게 얼마나 드문 일인지 나이가 들수록 더 잘 알게 된다.
작년에도, 올해도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했다는 사실이 조금 마음에 남았다.
사람도, 상황도, 생각도 많이 변했는데 이 질문 앞에서만큼은 마음이 늘 같은 곳으로 돌아갔다는 게 왠지 모르게 다행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이 다이어리는 정답을 묻는 게 아니라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너는 어떤 관계 안에서 슬픔도, 기쁨도 그대로 존재할 수 있니?”
나는 이미 생각하지 않고도 답을 알고 있었고.
내년엔 이 질문들에 또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또 같은 이름을 적게 될지, 아니면 전혀 다른 마음이 떠오를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그 질문을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또 한 번 지금의 나를 조용히 확인하게 될 거라는 것.
그래서 이 질문이 좋다.
그리고 이 다이어리가 좋다.
정답을 요구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나를 다시 불러 세워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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