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나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막상 손에 잡히는 건 없다.
책을 펴도 글자가 눈에 안 들어오고,
TV를 켜도 그냥 틀어놓은 배경음 같을 뿐이다.
낮잠을 자자니 뭔가 허무한 느낌이고,
안 자자니 멍하니 피곤하다.
이상하게 오후는 길다.
분명 오전보다 시간이 천천히 가는 느낌인데,
그렇다고 알차게 쓰는 것도 아니다.
그냥 늘어지는 시간.
그래서 나름대로 요령을 찾았다.
“오후엔 딱 하나만 하자.”
산책이면 산책, 정리면 정리.
작은 일 하나 정해서 무조건 그것만 하기.
대단한 일 아니어도 된다.
그냥 싱크대 서랍 하나를 정리하거나,
잠깐 나가서 햇빛만 쐬고 와도 괜찮다.
그렇게 하나라도 해두면
오후가 괜히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시간을 끌어가는 기분이 든다.
50대의 오후는
예전과 다르게 ‘흘려보내면 흐트러지는 시간’이다.
잡아두려면,
작은 의도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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