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일상

"관리자로 승진 안 할래요." 그 말이 이제야 이해된다

planb50s 2026. 7. 15. 06:30

예전에 대기업 생산직에서 오래 근무했던 지인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50대가 되었을 때 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승진하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그는 거절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부분은 승진을 목표로 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유를 듣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관리직으로 가면 현장을 떠나 사무직 업무를 맡게 되는데, 잔업과 특근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연봉이 많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승진 대신 현장에 남는 선택을 한다고 했다. 위험한 작업도 있고 몸은 더 힘들지만, 가족의 생활을 생각하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 이야기가 최근 현대자동차의 '완전 월급제 검토' 기사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 현대차는 창사 이후 유지해 온 시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월급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동화의 확대가 있다. 앞으로는 사람이 하던 야간작업이나 반복적인 작업을 로봇이 맡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잔업과 특근도 줄어들 수 있다.

 

분명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사람이 위험한 일을 덜 하게 되고, 야근이 줄어들면 건강과 삶의 질도 좋아질 수 있다.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적인 고민도 생긴다. 그동안 잔업과 특근 수당이 생활비의 중요한 부분이었던 근로자들에게는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곧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 현대차가 월급제를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로봇이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도 직원들의 소득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로봇과 AI의 도입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 속에서도 사람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제도를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문득 예전 지인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그때는 왜 승진을 마다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선택이 얼마나 현실적인 고민에서 나온 것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로봇이 야근을 대신하는 시대.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로봇이 사람의 일을 빼앗느냐가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사람의 삶과 소득을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 하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