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저구항에서 수국을 즐기고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집으로 바로 가기엔 조금 아쉬웠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잠시 쉬어가고 싶었거든요.
차 안에서 검색을 해보니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카페가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름도 낯설었지만 돌아가는 길 근처에 있고 사진 속 풍경도 마음에 들어 목적지를 설정하고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차를 타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가다 펜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바다 바로 옆에 자리한 카페가 나타났습니다.
≪글래씨스≫
주차 공간도 넓고 입구도 깔끔해서 차를 세우는 순간부터 '잘 찾아왔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카페 안은 한산했습니다. 펜션 숙박객들도 대부분 퇴실한 시간인지 손님도 많지 않았고요. 우리가 원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시끄럽지 않고, 바다가 보이고, 조용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
2층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셨습니다. 커피 맛도 좋았고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창밖을 둘러보니 카페 옆에는 카트 레이스장이 있었습니다.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오면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옆 바다에는 낚시를 하거나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한적한 바닷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였습니다. 특별한 일정 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니 살짝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1시간 반 정도를 보냈습니다.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문득 보니 카페 안에는 우리밖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커피잔을 반납하려고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설거지를 하시던 사장님께서 나오시더니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일요일이라 오늘은 일찍 마감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순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충분히 잘 쉬었다며 오히려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차에 타서 영업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유를 알겠더군요. 일요일 영업 마감 시간이 오후 7시였습니다. 우리가 나온 시간은 이미 7시가 지난 뒤였습니다. 우리는 단지 집에 가려고 나온 것이었는데, 사장님은 우리가 편하게 쉬도록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기다려 주셨던 것입니다. 그제야 상황이 이해되었습니다. 괜히 죄송한 마음도 들고, 한편으로는 참 감사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카페는 그날 우연히 검색해서 찾아간 곳이었습니다. 특별한 기대도 없었고, 잠시 쉬어가기 위해 선택한 장소였을 뿐입니다. 그런데 기억에 남는 건 커피 맛이나 바다 풍경만이 아니었습니다. 손님 한 팀이 편히 쉬다 갈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려 준 사장님의 배려였습니다. 어쩌면 여행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유명한 관광지보다도 이런 작은 친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제도 저구항의 수국도 아름다웠지만, 돌아오는 길에 만난 그 카페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하루가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다음에 거제도를 찾게 된다면 저는 아마도 다시 그 카페에 들를 것 같습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날 느꼈던 여유와 따뜻함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 말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어디선가 누군가의 작은 배려를 받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요.
여행길에서 만난 따뜻한 마음을 떠올리며, 오늘도 조금은 여유로운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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