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가 오고 바람이 불던 저녁이었다.
제자가 처음으로 준비한 커핑에 다녀왔다.
날씨 탓에 참여율이 낮으면 어쩌나 걱정하며 천천히 그 공간으로 향했다.
너무 일찍 가면 준비하는 이들이 불편할까 싶어 시작 10분 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밖에서 보니 자리가 꽉 차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제자의 얼굴을 보는데 괜히 내가 더 미안해졌다.
그 순간, ‘아, 이 친구가 나를 많이 기다렸구나.’ 싶었다.
이번 커핑은 그 제자가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진행하는 자리였다.
자기 공간이 없어 다른 매장을 빌려 연 행사였지만 공간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 자리는 이미 제자의 것이었다.
사람들이 모여 한 잔의 커피에 집중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나는 그저 뒤에서 조용히 그가 만들어낸 맛을 음미했다.

그날은 또 하나의 작은 선물이 있었다.
낯이 익은 얼굴이 인사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8년 전 제자였다.
전공이 달라 그동안 만날 기회가 없었던 친구.
“교수님 오신다길래 같이 왔어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괜히 고맙고, 괜히 미안했다.
시간은 흘렀지만 관계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걸 그날 다시 알았다.
나는 주최한 제자에게 작은 생두를 선물했고, 공간을 내어준 매장 대표님께는 원두를 구매했다.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저 내 방식의 응원이었다.
돌아오는 길엔 오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제자의 성장을 보는 마음이 너무 뿌듯했다.
비오고 바람부는 날씨는 잊은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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