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외의 한적한 곳, 바다나 산이 보이는 경치 좋은 자리를 찾아가다 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마주치는 풍경이 있다.
넓은 주차장, 높은 층고, 통유리, 그리고 ‘대형 베이커리 카페’.
몇 년 전 처음 이런 카페를 봤을 때만 해도 솔직히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외곽에, 이렇게 큰 규모로 지어서 과연 수지가 맞을까?’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엔 유지비만 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이 생겼다.
비슷한 콘셉트, 비슷한 규모, 비슷한 입지.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알게 됐다.
이 대형 베이커리 카페들 중 일부가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카페라는 이름의 자산 관리
땅을 그대로 상속하면 막대한 세금이 붙지만, 그 위에 사업체를 세워 일정 기간 운영하면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원래 이 제도는 오랜 시간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온 기업이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돕기 위한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베이커리 카페’라는 형식으로 변형되어 사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리고 그 카페들은 유독 경치 좋은 외곽에, 누가 봐도 큰 자본이 들어간 모습으로 자리 잡는다.
너무 다른 현실의 카페 이야기
며칠 전, 지인이 운영하는 동네 카페에 다녀왔다.
오픈한 지 4년 된, 작은 카페였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곧 문을 닫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아직 대출도 다 갚지 못했고, 하루하루 버티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면 매출이 조금 나아질까 기대하며 버텼지만 기대는 점점 체력 소모로 바뀌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뉴스에서 보던 ‘대형 베이커리 카페’와 내 앞에 있는 이 동네 카페의 현실이 너무나 다르게 느껴졌다.
이곳의 카페는 절세를 고민할 여유도 없고, 상속을 준비할 자산도 없고, 그저 이번 달을 넘길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라는 생각
대형 카페도 물론 운영하는 사람과 일하는 직원이 있고, 그들 나름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카페는 수익보다 ‘존재 자체’가 더 중요한 구조일 수 있다면, 그리고 어떤 카페는 매출이 끊기면 바로 생존이 위태로운 구조라면, 이 둘을 같은 시장, 같은 경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동네 카페는 주차 공간에서도 밀리고, 공간 크기에서도 밀리고,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에서도 밀린다.
그 격차는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출발선이 다른 구조에서 비롯된 것처럼 느껴진다.
모두가 어렵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
요즘은 '다들 어렵다'는 말이 너무 흔하다.
맞는 말이다.
자영업자도, 직장인도, 소비자도 모두 빠듯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제도의 빈틈이 특정 방식으로 반복 활용되고, 그 결과가 가장 약한 쪽을 더 힘들게 만든다면 그 부분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치 좋은 공간이 사람들이 쉬어 가는 장소가 아니라 절세 전략의 결과물로만 채워진다면, 그 공간을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
바라는 건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대형 카페를 없애자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
-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
- 특정 업종과 입지에만 과도한 혜택이 쏠리고 있지는 않은지
- 그 사이에서 동네의 작은 가게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지는 않은지
이 정도는 한 번쯤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인의 카페처럼, 소리 없이 문을 닫는 가게들이 더 늘어나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커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선물로 받은 스타벅스 가습기, 쓰지 마세요” (2) | 2026.01.31 |
|---|---|
| 대장암 환자에게서 확인된 ‘커피 효과’ (2) | 2026.01.30 |
| 공복에 커피 마시면 정말 위험할까? — 혈당, 체중 변화 신호 (2) | 2026.01.19 |
| 당뇨 걱정되면 커피부터 바꾸라길래, 나는 잠시 멈춰봤다 (1) | 2026.01.17 |
| 요즘 커핑 테이블에서 자주 보이는 HDPE 커핑볼에 대해 (1) | 2026.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