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쉬어가는 해, 대신 채워진 마음 하나
요즘은 본격적인 김장철이다.
곳곳에서 김장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나는 올해도 조용히 넘어가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요리를 잘 못하기도 하고, 김장은 손이 많이 가는 큰일이라 혼자서는 선뜻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예전에 시댁에서 살던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겨울바람이 매서운 날, 밭에서 배추 300~400포기, 무, 파 등을 직접 수확하고 재료를 다듬으며 며칠 동안 김장을 했던 기억.
손끝은 시릴 만큼 추웠지만 온 가족이 함께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내 솜씨라기보다 함께하니 가능한 일이었고, ‘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따라가던 시절이었다.
지금의 나는 상황도 다르고, 마음도 다르다.
김치냉장고에는 아직 묵은 김치도 남아 있어서 올해는 그냥 쉬어가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오빠네가 갑자기 양손 가득 김장김치를 들고 찾아온 것이다.

뚜껑을 열자마자 퍼지는 고소하고 매콤한 김치 냄새.
윤기 나는 배추김치, 아삭한 총각김치, 향이 살아있는 파김치까지—
마치 작은 김장 한 상을 그대로 옮겨온 듯했다.
따뜻한 밥을 떠서 바로 먹고싶을 만큼 한순간에 입안에 군침이 돌고, 마음도 따뜻해졌다.
생각해보면, 나는 김장을 하지 않은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김치냉장고가 비어본 적이 없다.
언제나 누군가가 챙겨주고, 나눠주고, 말 없이 마음을 건네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한 번 느낀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어제는 전국적으로 유난히 추운 겨울 저녁이었지만,
따끈한 김치 한 통이 전해준 마음 덕분에 집 안은 물론 마음속까지 포근하게 채워진 하루였다.
겨울을 버티게 해주는 건 결국 바깥 온도가 아니라, 누군가의 따뜻한 배려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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