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갑작스럽게 부고 소식을 들었다.
50대의 나이에 ‘부고’라고 하면 으레 부모님의 상을 떠올리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대학생 시절 동아리에서 만났던 선배, 후배가 결혼해서 꾸렸던 그 가정.
그 선배가 암이 전이되어 몇 년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서로 살아내느라 바쁘다는 이유로, 10년 넘게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던 사이.
소식을 들었을 때 '아플 때 병문안이라도 갔어야 했는데…'
그 후회가 마음 한가득 밀려왔다.
선배의 부인이 내 후배였기에 걱정되어 문상을 갔다.
그런데 장례식장은 믿기 힘들 만큼 썰렁했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떠난 사람, 아직 학생인 두 딸…
작고 여린 체구의 부인과 그를 닮은 아이들만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마음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더 마음을 아리게 했던 건, 선배가 돌아가기 전날까지도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나갔다는 사실이었다.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는 두려움과 책임감이 얼마나 컸을까.
그 마음을 떠올리면 지금도 숨이 막힌다.
그렇게 선배는 '너무 좋은 사람'이라 가족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문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이어졌다.
'내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어떤 존재로 기억될까?'
그 생각이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다.

죽음은 갑자기 삶을 정리하게 만든다
며칠 뒤, 운전하며 듣던 방송에서 ‘정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는 물건을 정리한다고 하지만 결국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 남겨둔 것들 때문에 치운 것 같지 않은 집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하더라.
“당신이 떠난 뒤, 남겨진 이들이 그 물건들을 다 정리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몸이 오싹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내가 남긴 서랍, 종이, 물건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짐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제야 집 안을 둘러보게 되었다.
한동안 정리한다고 움직였지만 서랍을 열어보면 여전히 꽉 차 있는 것들이 한가득이다.
그래서 오늘, 마음이 조금 진정된 지금, 서랍 하나부터라도 정리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크게 결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작은 곳 하나부터.
조금씩 내 삶을 가볍게, 또 남겨질 이들에게 부담이 덜 되도록.
죽음은 언제나 갑작스럽지만 삶을 돌아보는 건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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