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일상

노안과 보호필름, 그리고 나의 1년간의 실수

planb50s 2025. 11. 19. 06:30

작년에 지하철을 자주 타게 되면서 옆 사람 눈치 안 보고 핸드폰을 보려고 야심차게 사생활 보호 필름을 하나 사서 붙였다.
문제는… 붙인 사람이 였다는 것.

 

노안이 와서 가까운 게 흐릿하니까 먼지인지, 기포인지, 그냥 내 눈인지 구분이 안 되는 상태로 '에이 뭐 잘 붙었겠지~' 하고 손가락 감각만 믿고 붙였다.
그날부터 나의 웃픈 1년이 시작되었다.

 

밖에서 사진 찍으면 화면이 칠흑같이 어둡고, 왜 이렇게 답답하게 보이나 싶었지만 '아… 사생활 보호 필름이니까!' 하고 넘겼다.
그렇게 나는 철저히 ‘사생활을 보호받는 삶’을 살았다.
심지어 나한테도 내 화면이 보호됨.

 

그리고 어제.
딸아이가 새 필름을 붙여주다가 갑자기 기침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 이거 왜 필름이 두 장이에요?”

 

두 장???
무슨 소리야, 난 분명 하나만 샀는데???

 

알고 보니 그동안 내가 정성껏 붙여놓았던 건…

 

사생활 보호 필름
아래에
떼고 버려야 하는 ‘보호용 투명필름’이 그대로 붙어있는 상태

 

즉,
나는 1년 내내
필름 → 필름 → 화면
삼단 구조로 살고 있었다.

 

어둡게 보였던 이유도, 시야가 흐렸던 이유도 노안 탓만 한 내가 미안할 지경.

 

딸아이가 “엄마, 이건 진짜 기적이다…” 하며 다시 웃을 때
나도 배 잡고 같이 웃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만능 보호 모드’로 살 줄은 몰랐다.

 

이쯤 되면 사생활 보호가 아니라 시력 보호 필름 아니야?
아예 화면 자체를 안 보이게 해서 눈을 쉬게 해주는 수준이었는데.

 

노안이 여는 새로운 세계…
오늘도 깨닫는다.
초점이 안 맞는 건 눈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살다 보면 이렇게 예상 못 한 곳에서 ‘웃음 포인트’가 터진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