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늘 같은 자리에 피는데, 왜 매년 새롭게 설레는 걸까.
오랜만에 하동 십리벚꽃길에 다녀왔다.
축제가 끝난 평일이었는데도 꽃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천천히 걸으며 봄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첫날은 흐린 하늘에 비가 가끔씩 내려 벚꽃이 하얗게 보였다.
빛을 많이 머금지 못한 꽃잎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걸어본 벚꽃길.
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조명을 받은 벚꽃은 낮과는 전혀 다른 색을 보여주었다.
조금 더 또렷하고, 조금 더 선명하게.
같은 꽃인데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하룻밤 자고 맞이한 다음날은 맑은 날씨.
파란 하늘이 배경이 되자 벚꽃이 어제보다 더 핑크빛으로 빛났다.
같은 꽃인데, 날씨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어제 내린 비 덕분에 주변 공기는 더 맑아졌고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꽃비가 내렸다.
떨어지는 순간마저 아름답게 느껴지는 꽃.
벚꽃은 피기 시작할 때부터 만개한 순간, 그리고 떨어지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우리를 설레게 한다.
하동은 벚꽃뿐만 아니라 배꽃, 개나리, 차나무, 강과 계곡까지 자연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참 풍부한 곳이다.
마치 아낌없이 내어주는 선물처럼 언제 가더라도 무언가를 가득 안겨준다.
그래서인지 매년 찾게 되고 매년 또 좋아하게 되는 곳.
같은 풍경인데도 매번 다른 감정을 선물해주는 곳, 하동.
그래서 나는 올해도 그 길을 다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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