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다정했지만, 약해지고 싶진 않았어

planb50s 2026. 1. 15. 06:30

—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를 읽으며

예전의 나는 다정함을 무조건적인 수용이라고 생각했다.
상대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불편해도 참고,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이해하는 것.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아, 저 사람이 나를 배려해주는구나' 하고 알아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많은 사람들은 그걸 배려가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으로 받아들인다는 걸.
고맙다는 말 대신 당연함이 쌓이고, 나는 혼자서만 서운해지고, 상처는 조용히 내 몫이 되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관계를 끊는 쪽을 선택했다.
설명하지 않고, 따지지 않고, 그냥 멀어졌다.
그게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 같았으니까.

그런데 요즘의 나는 조금 달라졌다.
서운함이 생기면 예전처럼 혼자 삼키기보다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었다.

“그때 나는 이렇게 느꼈어.”
“이 부분이 조금 힘들었어.”

말을 꺼내는 건 여전히 쉽지 않지만, 이야기하다 보니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적어도 내 마음을 전달은 했다는 안도감이 남는다.
관계를 끊기 전에 한 번쯤은 말해보는 사람.
아마 그게 지금의 나다.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를 읽으며
이 변화가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말하는 다정함은
참고, 버티고, 나를 줄이는 태도가 아니었다.
다정함은 나를 존중한 상태에서 상대를 대하는 방식이고 약함이 아니라 내면의 단단함에서 나온다는 것.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다정함에도 경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였다.
다정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다정하지만 필요할 땐 말할 줄 아는 사람.

그건 관계를 흔드는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현실로 데려오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생각해보면 어른이 된다는 건 늘 참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책임 있게 전하고 그 다음 선택을 스스로 하는 사람이 되는 일 아닐까.
이야기해도 달라지지 않는 관계라면 그때 거리를 두는 건 패배도, 도망도 아니다.
그건 나를 지키는 다정함이다.

예전의 나는 다정했지만 자주 다쳤고,
지금의 나는 다정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를 덮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지금 다정하지만 약하지 않은 사람으로
천천히 자라고 있구나.'
그리고 이 정도의 성장이라면, 충분히 괜찮지 않을까.